본문 바로가기

나/필사

[수레바퀴 아래서] 수레바퀴에 짓눌리기 전에

 

구둣방 아저씨는 묘지 문을 나서는 프록코트의 신사들을 손으로 가리켰다.
"저기 걸어가는 신사 양반들 말입니다." 
그는 나지막한 목소리로 말했다.
"저 사람들도 한스를 이 지경에 빠지도록 도와준 셈이지요"
- 수레바퀴 아래서 p261

 

아마 이 책을 관통하는 내용이 저 대화 속에 남겨 있는 것이 아닐까.

한스는 누가 죽인걸까, 스스로가 죽은건지 사고로 떠밀려갔는지는 모른다.

하지만 확실한건 수레바퀴에 깔려서 죽었다는 것

 

수레바퀴에 깔리지 말라는 교장 선생님의 경고가 이제와 문득 생각이 난다.

분명 한스에게 한 경고였지만, 나 스스로도 많은 생각을 하게 되었다.

 

최근에 어떻게 살아야할지 몰랐던 때가 있었다.

좋은게 뭐고 어떤 식으로 살아야하는지 전혀 감이 안잡히니 죽을 것만 같았다.

 

나는 뭔가 좀 더 특별한 사람인줄 알았다.

분명 가까이보면 그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특별한 사람인걸 알지만

자꾸 멀리서보게되어 나의 가치를 떨어트린다.

 

무의식 속에서 남들과 자꾸 비교하고 내 위치를 판단하고 

남에게 어떻게 잘 보일지, 어떻게 살아야 명예가 높아질지를 오늘도 고민한다.

 

아무 의미 없는 걸 알면서도...

 

그러다 문득 목표를 정하는 것이 아닌 하고 싶은 걸 해야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쇼펜하우어의 말처럼 인생은 고통이다.

목표를 정하고 달성하면 허무함만이 남고 다시 목표를 세워서 고통받는 내가 있으니까 말이다.

 

하지만 목표를 두지 않고 하고자하는 행동만 꿈으로 잡으면 어떨까

좋아하는 것들을 행동으로 바라보자.

 

예를 들어 책 읽는 것이 좋다면, 

"이번 년도안에 100권의 책을 읽을 꺼야" 같은 바보같은 목표는 설정하지 말고

"심심할 때마다 책을 읽어야지" 와 같은 행동 위주의 소소한 목표를 정해보자

 

우리가 힘들고 포기한다고 한들 수레바퀴가 멈출 일은 없다.

그러니 단념하고 돌아가는 수레바퀴 안에서 어떻게 행복하게 남은 인생을 보낼지가 중요하겠지.

자신의 목표 때문에 자신을 너무 갉아먹고 있다면 그건 부족한 자신이 아니라 목표 때문이 아닐까

 

물론 꿈을 전부 포기하라는 것은 아니고 꿈을 이루지 말라는 것도 아니다.

꿈을 꾸고 이루는 것은 분명 멋진 일이지만 그냥 가끔은 자신을 돌볼 줄 아는 사람이 되어야 하는게 아닐까

 

힘든 순간에 이 책을 읽게 되어 다행이다.

지금 생각해보면 내가 힘들었던 이유는 수레바퀴 때문이였는데,

해결책은 아니더라도 공감이 되는 책이었으니 말이야

 

 

 
수레바퀴 아래서
독일 문학의 거장 헤르만 헤세의 자전적 소설 고루하고 위선적인 권위에 희생된 순수한 소년의 비극 개인의 창의성과 자유로운 의지를 짓밟는 제도와 교육에 대한 비판 “아무튼 지치지 않도록 해야 하네. 그렇지 않으면 수레바퀴 아래 깔리게 될지 도 모르니까.”
저자
헤르만 헤세
출판
민음사
출판일
2009.01.20

' > 필사' 카테고리의 다른 글

[싯다르타] 싯다르타의 각성  (0) 2024.08.14
[페스트 p.216] 성실성  (0) 2024.07.29
[페스트 p.177] 성선설과 미덕  (0) 2024.07.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