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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필사

[페스트 p.216] 성실성

”옳은 말씀이에요, 랑베르. 절대로 옳은 말씀이에요. 그러니 무슨 일이 있더라도 지금 하시려는 일에서 마음을 돌려놓고 싶지는 않습니다. 그 일이 내 생각에도 정당하고 좋은 일이라 여겨지니까요. 그러나 역시 이것만은 말해두어야겠습니다. 즉, 이 모든 일은 영웅주의와는 관계가 없습니다. 그것은 단지 성실성의 문제입니다. 아마 비웃음을 자아낼 만한 생각일지도 모르나, 페스트와 싸우는 유일한 방법은 성실성입니다.“


페스트를 읽다보면 카뮈의 부조리한 감정을 계속 생각하게 되는데, 특히 페스트는 카뮈가 부조리한 감정을 어떻게 반항하는지 알려주는 책으로 알고 있다. 이 문장에서 나는 그것에 대한 조그만 힌트를 얻었는데, 그것은 성실성이었다.

소설에서 랑베르와 리유, 타루가 랑베르의 집에서 얘기를 하다 나온 부분이다. 분명 랑베르는 오랑안에서의 목적을 사랑, 즉 사랑하는 사람을 만나기 위한 탈출이라고 정했음에도 불구하고 어느샌가 사랑보다 탈출이라는 게 더 강해졌었다. 그리고 리유와 얘기하는 과정에서 랑베르는 영웅주의를 믿지 않는다며 말하지만, 리유는 위의 대사처럼  우리의 행동은 그저 성실성이라는 말에 랑베르는 결국 사랑을 선택한 자신을 탓하다가 타루가 리유의 부인도 멀리있다는 말에 고민하다 보건대에 합류하게 된다.

잘은 모르겠지만 만약 페스트라는 역병이 부조리한 감정이라면 그것을 이겨낼 수 있는 방법은 단순한 성실성이겠구나라는 생각을 했다. 이 세상을 왜 살아가야하는지 모르지만 단순히 사랑과 영웅주의로 인해서 살아가야하는 것이 아닌 사는 것 자체를 성실성으로 취급하며 나아가야하는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삶을 살아가는 방식이 단순한 성실성이라면 그것은 내가 생각했던 것보다 특별하지 않고 평범하며 그 누구나 예상했을 것이라고 생각이 든다. 하지만 이런 얘기 자체는 나에게 엄청난 위안이 되어주는게, 특별해지고 싶은 마음을 억제하며 욕망을 줄이고 삶이 평탄해지는데 한 몫을 더하는 느낌이었다.

 
페스트
20세기 실존주의 문학의 대표 작가 알베르 카뮈의 소설 『페스트』. '페스트'라는 비극적인 현실 속에서 의연히 운명과 대결하는 인간의 모습을 그린 이 작품은 20세기 문학이 남긴 기념비적인 고전으로 꼽힌다. 무서운 전염병이 휩쓴 폐쇄된 도시에서 재앙에 대응하는 사람들의 각기 다른 모습이 묘사된다. 인물들은 재앙에 대처하는 서로 다른 태도를 드러내 보인다. 그들의 모습을 통해 절망과 맞서는 것은 결국 행복에 대한 의지이며, 잔혹한 현실과 죽음 앞에서도 희망을 놓지 않는 것이야말로 이 부조리한 세상에 대한 진정한 반항임을 이야기한다. 이번 한국어판은 1999년 우리나라 최고의 불문학 번역가로 선정된 김화영 교수가 새로운 번역으로 선보인다.
저자
알베르 카뮈
출판
민음사
출판일
2011.04.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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