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에 있었던 일이다.
필자는 지하철을 탈때면 대부분 들고다니는 책을 읽는데, 그 날은 목적지가 유독 멀기도 했고 (약 50분 거리) 책을 집중해서 읽고 싶었기 때문에 지하철에 앉아서 가고 싶었다. 그리고 나는 지하철에 탑승하자마자 주변을 쭉 스캔했다. 그리고 내가 생각했을 때 아무 근거도 없지만 손풍기를 들고 있던 한 남성분이 금방이라도 내릴 것 같아 그의 앞에 서기로 결정했다. 그렇게 서서 책을 읽으며 자리가 언제쯤 비어질까 하며 주변을 둘러봤지만, 사람들이 내릴 생각이 없이 엉덩이가 엄청 무거운채로 앉아있었다. 그렇게 5정거장, 10정거장이 지나고 나는 짜증이 나기 시작했다. 그리고 주변을 둘러보니 이럴수가.. 내가 서있는 곳 근처의 사람들을 제외한 모든 좌석에 사람들이 바뀌어있었다. 내가 금방이라도 내릴 것 같다고 생각한 사람은 전혀 꿈쩍하지 않았다. 그리고 나는 왠지모르게 엄청 짜증이 났다. 자리를 잘못 잡았다고 생각하고, 왜 내 앞의 사람들만 내리지 않는 것인가하며 짜증이 났었다. 그리고 원망도 했었다. 금방 내려주었으면 했다.
이내 분노가 너무 치밀어오르자 내 스스로가 이상해보였다. 보통 지하철에 자리가 나면 사람들이 앉는 것은 당연한거고, 내가 지하철에 전세를 낸 것도 아닌데 왜 나는 분노하고 있을까? 왜 나는 이 아무 잘못도 하지 않은 사람들한테서 분노를 느끼는거지? 하며 생각하기 시작했다. 그 생각을 할 때쯤 구석에 자리가 나서 앉게 되었고, 읽으려는 책을 펴지도 않은 채 내가 왜 분노를 느끼는지에 집중하기 시작했다. 그리곤 머지 않아 내가 앉고 싶다는 욕망이 강하고 그러지 못하기 때문에 분노한 것이라는걸 깨달았다. 깨달았을 때의 나의 분노는 이미 어느 적정선을 넘어버렸기 때문에 그것이 금방 줄어드는 것은 불가능했지만, 욕망이 강한데 그것이 실현되지 않을 수록 분노를 더 크게 느낀다는 것을 깨달았다.
어찌보면 당연한 이야기일 수도 있다. 사람들이 다 알고 있는 내용일 수도 있지만, 나는 그 분노한 현장에서 스스로를 찾아 깨달은 경험이 많지 않기 때문에 귀한 경험이었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그런 욕망들을 조절해야겠다고 생각했다. 원래는 나의 그림자들만 내게 분노를 주는 줄 알고 있었다. 아니면 결핍이라던가 과거에 겪었던 일들이 트라우마로 남았을 때.. 하지만 이번의 값진 경험을 통해서 욕망 또한 분노를 준다는 것을 깨달았으니 앞으로의 생활이 좀 더 윤택해질 수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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